매우 좋아했던 그녀입니다. 대학시절 수첩 속에 항상 사진을 큼지막하게 붙이고 다녔었지요. 신산한 삶 속에서도 항상 잃지 않던 그 선한 미소가 좋아 특히 더 그랬을 것입니다.


아웅 산 수치(Aung San Suu Kyi·사진). 그가 29일 드디어 한국 땅을 밟았습니다. 좀 더 큰 목소리로 환대하고 싶지만, 그의 작은 승리를 축하하기엔 우리네 지금의 처지가 좀 얄궂습니다.


그를 마중하러 인천공항에 나간 국내 거주 ‘미얀마’인들이 그녀를 먼발치에서 보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는 이야길 들었습니다. 고단한 미얀마 사람들에게 수치 여사는 굳건한 희망이자 꺾이지 않는 꽃과 다름 없습니다. 아 참, ‘미얀마’는 원래 ‘버마’였는데 어느날 아침 군부는 국호를 이렇게 바꾸어버렸습니다.


아웅 산 수지




수치 여사가 자택에서 갇혀 있던 시간은 자그마치 20년이 넘습니다. 그때가 아마 1989년이었을 겁니다. 군사통치에 반대하던 그는 야당 지도자로서 가택연금에 처해집니다. 그 다음해 수치 여사가 이끄는 야당 연합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총선에서 압승할 때만해도 이젠 세상이 바뀌나 싶었지만 금세 코미디 같은 일이 뒤따릅니다. 선거는 갑자기 무효 처리되고, 사람들은 더 갇힙니다.


군부는 수치에게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오지 말라고 겁박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두려웠던 건 군부 쪽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광장이 열리면 사람들은 모일 테고, 사람들이 모이면 1%만의 정치를 그냥 두고 보고 있지만은 않았을 터이니 말입니다. 1%를 지키기 위해 99%쯤은 희생시킬 수 있다는 그 오만한 자들이 버마 뿐 아니라 우리 주변에도 여전히 많다 싶습니다. 그걸 절대로 망각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어쨌거나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건 세계 음악계는 그녀를 잊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유행을 이끌던 프랑스 가수 겸 배우 제인 버킨은 지난해 내한 공연 관련 인터뷰에서 수치의 석방 소식을 먼저 꺼내며 기뻐하더군요. 그의 노래 중에는 ‘아웅 산 수치’라는 제목의 노래도 따로 있었습니다. 서울 공연에서도 제인 버킨은 이 노래를 벅찬 마음으로 나지막이 불렀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봉기/ 피비린 내 나는 야만의 진압/ 20년간의 수감, 그리고 고문/ 아웅산 수치는 선거에서 이겼었다네…’.


2000년 록밴드 U2의 노래 ‘워크 온’도 수치를 위한 노래랍니다. 버마 어느 학생 운동가가 가사를 쓰고 U2가 멜로디를 붙였지요. ‘만약 햇살이 멀리 있다 느껴진다면/ 유리 같은 마음이 부서질 것 같다면/ 오 안돼요. 더 강해져야 합니다/ 걸어요/ 계속 걸어요….’


소셜테이너로도 유명한 U2의 보컬 보노는 언젠가 이렇게 말했지요. “수치 여사를 만난다면 우리가 낼 수 있는 가장 즐거운 비명을 지르겠다”고요. 물론 U2의 이 노래는 버마에서는 곧장 금지곡이 되어 막상 버마인들은 들을 수가 없었답니다.


2004년 나온 <포 더 레이디>(부제: 아웅산 수치와 용감한 사람들의 자유를 위해)란 앨범도 가슴 끝을 시리게 했던 음반입니다. 폴 매카트니, 에릭 클랩튼, REM, 콜드 플레이, 스팅, 펄 잼, 인디고 걸스, 매치박스 투웬티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들이 입을 모아 노래를 불렀지요.


‘음악은 말보다 훨씬 더 보편적입니다….’


수치가 했던 이 말은 음악이 갖는 힘을 에둘러 말한 것입니다. 민초의 노래는 대부분 왕들의 찬가보다 더 오래, 그리고 더 멀리 퍼져나가기 마련입니다. 수치가 긴 세월을 이겨내도록 도와주었던 것 중에는 용감한 시민들의 염원과 더불어 담 넘어 집안으로 새어 들어오는 라디오 속 음악도 있었다 합니다.


잘 왔습니다. 우리에게도 당신과 마찬가지로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있었는데 서로 만나지 보지 못한다는 게 아쉽지만요. 가택연금과 폭압의 시련을 겪었고, 당신의 가택 연금 기간이 연장될 때 항의 서한을 썼던 그 분을 당신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다음엔 겨울 지나 꼭 봄에 왔으면 합니다. 꽃이 만발해질 그때면 우리네 땅도 생각 이상으로 더 아름답다 느끼실 것입니다. 30일 당신이 ‘인권상’을 받으러 간 광주 무등산은 봄이 되면 철쭉꽃이 흐드러지게 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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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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