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그랑!”


로커 김종서씨도 놀란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당시 전화통화를 갖던 로커의 목소리는 크게 상기돼 있었답니다. “그게 거짓말처럼 깨지더라고. 다들 박수를 치고 난리가 났었지”하며 독특한 풍경을 묘사하였습니다. 


‘목소리로 와인잔을 깰 것’. 엉뚱한 미션이 KBS <스펀지> ‘미스터리 실험실’ 코너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건 2006년 3월이었습니다. 당시 참가자 대다수가 지친 나머지 두 팔을 들었는데, 시나위 출신의 이 로커는 달랐지요. 2시간30분간 소리를 꾸준히 내더니 정말이지 믿기지 않게도 눈 앞에 있는 와인잔을 깨버렸습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은 상황에서 말이죠. 목소리로 유리를 깬 일은 국내 가요계는 물론 방송계에서도 최초의 사례로 기록되었습니다.



공명으로 출렁이는 타코마 다리.




아시겠지만 이건 일종의 ‘공명(共鳴·resonance)’ 현상이라 부르는 사례 중 하나입니다. 물체 고유가 가진 진동수와 같은 영역의 주파수가 주위에서 일어나면 해당 물체의 진폭이 증폭된다는 물리학적 현상을 학자들은 ‘공명’이라 부르지요.


주위를 둘러보면 이런 현상은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탁기가 탈수 모드로 막바지에 접어 들었을 때 잘 돌다가 어느 순간 ‘우당탕탕’하면서 크게 흔들릴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게 바로 세탁기가 갖고 있는 고유의 진동수에다 세탁조의 진동수가 일치하면서 일어나는 공명 현상의 일종일 것입니다. 


물체의 고유 진동수가 궁금하다면 소라 껍데기 속에 귀를 갖다 대고 들어보면 됩니다. 귀를 기울여 들어보면 파도 소리 같은 게 나오는데 바로, 소라껍데기가 갖는 고유 진동수를 내포한 음향이랍니다. 


공명의 힘은 생각 이상으로 클 때가 많았습니다. 


1940년 미국 워싱턴에 있던 타코마 다리가 갑자기 무너져 내린 일이 있었답니다. 당시 세 번째로 긴 다리를 두고 ‘부실시공이다’ ‘현수교 자체의 문제다’하며 난리가 났었지만, 나중에 물리학자들은 이것이 다리의 고유 진동수와 바람의 진동수가 일치하면서 발생한 현상, 즉 공명 혹은 공진에 따른 일로 결론을 냅니다. 60m/s에서도 무너지지 않던 다리는 유독 19m/s에서 심한 요동을 부렸답니다. 


2011년 우리나라에도 한차례 비슷한 소동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서울 강동구에 있는 ‘테크노마트’ 입주자들이 흔들리는 건물에 놀라 한차례 대피한 일이 있었는데, 이 역시 공명 혹은 공진현상의 일부로 이해되었습니다. 12층에 있던 헬스클럽에서 ‘태보’를 하던 몇 명이 발을 동시에 굴렀고, 그 힘이 증폭돼 건물 전체로 전달됐다는 게 조사의 결과였죠. 


좀 믿기 힘든 일이긴 하지만, 큰 스피커 소리가 폐에 기흉을 낼 수도 있다는 일부의 의견 또한 있습니다. 실제로 해외 일부 밴드의 공연에서 기흉 환자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때때로 나오곤 했답니다. 


소리, 그건 눈에 보이진 않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인 것만은 분명한 듯합니다. 같은 소리로 서로 맞닿는다면 우리가 기대치 않았던 더 큰 울림으로도 퍼져나갈 수 있습니다. 


혹여 힘겨운 일이 있다면, 게다가 그것이 골리앗과의 싸움 같아서 도무지 이길 것 같지 않은 일이라 하더라도, 괜히 먼저 눌러 앉을 필요는 없다 싶습니다. 함께 어깨 걸고 소리 내어 보다 보면, 혹시 아십니까. 어느새 하나씩 많은 게 변해 있을지…. 혁명가, 민중가, 독립운동가, 세상을 바꾼 그 우렁찬 노래들도 사실은 보잘 것 없던 작은 한 사람의 노래에서 시작되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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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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