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4일, 오늘은 밸런타인데이 입니다. 밸런타인데이의 유래에 대해선 설이 많습니다. 그중 AD 3세기 밸런티누스 사제가 순교한 날(2월14일)을 훗날 사람들이 기리는 전통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게 통용됩니다. 당시 로마 황제 클라디우스 2세는 입대를 앞둔 청년들의 결혼을 금지하는 법령을 선포했는데, 밸런티누스 사제가 이를 어기고 혼인 미사를 집전해 처형됐다고 합니다. 5세기 무렵 교황 겔라시우스는 성 밸런티누스 사제의 순교일을 축일로 삼았고, 이때부터 사람들이 이날을 사랑 혹은 맺음을 상징하는 날로 여기기 시작했다는 거죠. BC 4세기에 유래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루페르쿠스’ 신을 기리는 ‘루페르칼리아’라는 축제가 그 무렵 매년 2월15일에 열렸나 봅니다. 봄이 돼 새들이 교미를 시작하는 날에 맞춰 인간들도 덩달아 큰 잔치를 벌였다지요. 노래와 춤, 온갖 놀이를 이성과 맘껏 즐길 수 있는 기간이었나 봅니다. 축제의 절정은 그 전날인 2월14일, 그러니까 전야제가 될 것입니다. 항아리에 여성 이름을 써서 넣어두면 남자들이 하나씩 뽑은 뒤 축제 동안 여성을 가상의 연인으로 삼았다는데, 이게 바로 밸런타인데이의 효시가 됐다는 것이죠. 오늘로 비유하자면 MBC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쯤이 되겠다 싶습니다.




14세기 유럽에서는 이날 주로 편지나 카드를 쓰며 사랑을 고백하곤 했답니다. 이게 19세기에 미국으로 건너갔고, 인쇄술의 발전과 맞물리면서 카드를 보내는 풍습이 크게 유행하게 됐습니다. ‘밸런타인데이= 초콜릿’의 공식은 일본 상술에 의해 생겼습니다. 1936년 일본에서 발행된 영자 인쇄물 <더 재팬 애드버타이저>에 보면 모로조프라는 제과 회사가 밸런타인 데이를 앞두고 ‘당신의 밸런타인에게 초콜릿을 보냅시다’라고 실은 광고 기록이 있답니다. 1970년대 10대를 중심으로 사회현상으로 번져가기 시작합니다. ‘화이트데이’가 만들어진 것도 그 즈음입니다. 1977년 규슈의 한 제과회사가 ‘남성으로부터 마시멜로를 받아야 한다’고 이벤트를 연 것이 계기가 됐다 합니다. ‘밸런타인데이=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는 날’이란 일방적인 방식도 사실은 일본이 개발했습니다. 그러니까 3월14일 ‘화이트 데이’라는 또 다른 날을 만들어내기에, 참으로 영민한 방식이 되겠습니다.




밸런타인과 화이트데이, 이렇게 쪼개서 기념하는 국가는 세계에서 일본과 한국 정도뿐입니다. 나라마다 ‘밸런타인데이’를 기리는 풍토는 상이합니다. 중국은 ‘칭런지에(情人節)’라고 해서 남녀가 서로 선물하고 사랑을 고백하거나 사랑을 함께 나눕니다. 원래 칠월칠석을 ‘칭런지에’라 칭했는데, 서양 문화의 급속적인 확산으로 요즘 젊은 이들은 밸런타인데이를 ‘칭런지에’라 일컫습니다. 물론 ‘화이트데이’ 따위는 없습니다. 미국에서도 ‘밸런타인데이’는 특별한 날입니다. 남녀가 서로 사랑을 속삭이거나 평소 좋아했던 친구들과 선물을 주고 받기도 한다지요. 각종 보석회사와 꽃 회사들이 이때 마케팅을 집중합니다. 영국 등 유럽도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사랑을 고백하는 날로 유용합니다. 일부에서는 건포도가 든 빵을 주고 받는 풍습도 있습니다.


우리와 흡사한 곳이라지만 일본의 밸런타인데이는 훨씬 더 복잡합니다. 초콜릿 종류는 크게 3가지로 나뉩니다. ‘혼메이(本命)’초코, ‘도모(友)’초코, ‘기리(義理)’초코라고요. 혼메이는 진짜 좋아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주는 초콜릿입니다. 고가에 수제품을 주로 쓰고요, 도모초코는 동성 친구들에게 우정을 표현하며 돌리는 초콜릿입니다. ‘기리초코’가 웃깁니다. 안주면 삐칠 것 같아 주로 ‘의리’상 주는 초콜릿이라고요. 


국내 가요 공연 제작자들에게 통용되는 속설 중에는 “화이트데이 콘서트와 달리, 밸런타인데이 콘서트는 기획하면 안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공연 티켓’은 여성보다는 주로 남성 쪽에서 하는 선물이기 때문이죠. 


가요계의 2013년 2월14일은 울랄라세션의 고 임윤택씨가 영면하는 날로 추억될 것입니다. 사랑의 메시지가 넘쳐나는 날, 그도 부디 아픔 없는 곳에서 더 큰 사랑받으며 지내길 기원해봅니다.

Posted by 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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