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나 봅니다. 제법 따스한 기운이 거리를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6일은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 뛰쳐나온다는 경칩입니다. 곧 꽃이 필 터이고, 여성들의 가슴에도 봄바람이 일 것입니다.

 

우리 말 중에는 참 예쁜 것이 많습니다. ‘꽃잠이라는 말도 그러합니다. 깊이 자는 잠, 혹은 첫날밤의 잠을 이리 부르지요. 잠이 얼마나 달콤하면 과 같다 하였을까요? ‘도 어감이 참 예쁩니다. 그룹 투애니원에도 박봄이라는 이름을 쓰는 멤버가 있지 않습니까? ‘보다라는 말에서 기인했을 수도 있고, ‘이라 해서 씨앗’ ‘태양등 고어에서 유래했다고도 합니다. 어쨌거나 따스해지기 시작해 만물이 움직이거나, 자라나는 것을 이야기한다 싶습니다.

 

영어 스프링이나, 한자 ()’이 내포하는 뜻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영어 스프링은 튕겨 나오는(spring) 형상을 담고, 한자 은 해()의 기운을 받아 풀이 돋아나는 모양을 표현합니다.

 

봄을 소재로 한 몇 개 노래를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제목 자체가 봄노래라는 아주 유명한 곡 하나가 있습니다. 가수 채규엽이 1931년 발표한 곡으로, 근대 가요 최초로 봄을 소재로 했던 노래입니다. ‘오너라 동무야 강산에 다시 때 돌아/ 꽃피고 새우는 이 봄을 노래하자/ 강산에 동무들아 모두 다 모여라/ 춤을 추며 봄노래 부르자.’

 

황문평 등 음악평론가에 따르면 당시 어린이부터 중장년까지 두루 이 곡을 열창했다 합니다. 노랫말이 민족성을 자극한다며 일본 위정자들이 자주 시비를 걸곤 했다지요. 채규엽이라는 가수는 근대 가요사의 첫 직업 가수로 알려져 있습니다. 복각 작업이 많이 이뤄져 포털 사이트 등을 통해 80여년 전 나온 그 노래를 들어볼 수 있습니다.

 



윤심덕의 음반 ‘사의 찬미’에 수록된 가사지. (경향신문DB)



예나 지금이나 노래하는 이들에게는 사건 사고가 끊임없이 따라 붙습니다. 근대 노래 중 첫 히트곡이라 일컬어지는 사의 찬미는 윤심덕의 스캔들과 자살 등을 배경으로 인기곡이 되었습니다. 채규엽 역시 각종 송사가 잇따랐던 가수입니다. 돈 문제로 여러 차례 감옥을 오갔지요. 그의 공판에 참가하기 위해 팬들은 법원 앞에서 진을 쳤고요. 신문 사회면도 자주 장식했던 가수입니다. 1936516일자 모 일간지에는 가요계 인기남 채규엽 공판이라는 제목으로 송사 소식이 자세히 언급되고 있습니다. 당시 4000원을 편취해 1938년까지 2년간 감옥살이를 했습니다. 1948년에는 수도가극단에서 출연료 4만원, 군산우편국에서 5만원 등 무려 100여만원의 계약금을 받아 챙긴 뒤 종적을 감춘 일도 있었습니다. 그는 이후 아무도 알지 못한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합니다. 북에서 숨을 거뒀다는 풍문도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봄 노래 중 가장 유명한 걸 꼽아 보라 하면 아마도 고향의 봄이 될 것입니다. 한때 애국가보다 더 자주 울려 퍼졌다는 노래이지요. 홍난파가 작곡했고, 14살짜리 학생 이원수가 노랫말을 붙였습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이원수는 1980월간 소년’ 10월호에 고향 이야기를 자세히 썼습니다. 노래의 배경은 경남 양산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창원입니다. “마산에 비해서는 작고 초라한 창원의 성문 밖 개울이며, 서당 마을의 꽃이며, 냇가의 수양버들 그런 것들이 그립고 거기서 놀던 때가 한없이 즐거웠던 것 같았다. 그래서 쓴 동요가 고향의 봄이었다.”

 

, 그중 어렸을 적 고향의 봄이 으뜸이었다는 게 이원수씨 이야기였습니다. 여러분들의 봄 중에는 어느 것이 최고였습니까? 지금의 봄은 또 어떻습니까?

 

<격동하는 현대사> 등의 앨범을 내 호평받았던 가수 정차식이 최근 서울 홍대 부근에서 공연을 한 게 있는데 그 제목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합니다. ‘봄은 왔는데 봄 같지가 않다란 뜻이지요. 공연 제목을 왜 그렇게 지었냐 물어보니 요즘 젊은 이들이 힘들어하고 지쳐있는 것 같아서란 설명이 돌아왔습니다. , 그게 오고 있는 것 같은데, 청춘들에게는 봄볕이 들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겠지요.

 

젊은이들을 일컫는 아름다운 말 청춘(靑春)’, 그러니까 푸른 봄이란 표현이 참으로 무색해지는 요즘입니다. 청춘들의 어깨가 매우 무겁다지요. ‘푸른 봄들에게 진짜 봄을 돌려줄 방도는 없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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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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