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걸 어찌 잊습니까?”



1978년 3월 중국 제5기 전국인민대표회의 제1차 회의에서 느닷없이 국가(國歌)의 가사를 바꾼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멜로디는 놓아두고 가사를 바꿔 불러야 한다는 것이었죠. 새로 만든 가사는 이러했습니다. ‘마오쩌둥의 깃발을 높이 들고, 전진하자!’ 때는 마오쩌둥이 이끌던 ‘문화대혁명’이 막 끝난 즈음이었습니다. 중국의 국가는 1949년 9월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정식으로 채택됐습니다. 그 시절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에 맞서 싸우며 불렀던 일종의 항일 투쟁가 ‘의용군 행진곡’이 국가가 됐지요. 그때 가사는 이러했습니다. ‘일어나라! 노예가 되기를 원치 않는 사람들이여!/(중략) 가장 위험한 시기가 왔을 때/ 억압받는 한 사람마다 마지막 함성을 외친다네/ 일어나라!’



30여년간 이렇게 불러왔던 국가의 가사가 1978년 3월 아침 갑자기 바뀌어버린 셈이니, 불만이 쏟아졌습니다. 수모를 잊는다면 국가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며 항의하는 사람들도 넘쳐났습니다. 4년 뒤, 국가는 원상태로 돌아옵니다. 



다른 나라 국가를 들어보면 가사에 대체로 일정한 패턴이 발견됩니다.



아랍 국가에서는 ‘알라신’이 빠지지 않습니다. 입헌군주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들은 어김없이 국왕의 만수무강을 기원합니다. 영국 국가가 대표적입니다. ‘하나님, 저희의 자비로우신 폐하를 지켜 주소서/ 고귀하신 저희의 폐하 만수무강케 하사/(중략) 모든 암살자의 습격으로부터’하며 흘러갑니다. 일본 ‘기미가요’ 역시 비슷한 노랫말입니다. ‘그의 치세는 천 대에 팔천 대에…’



서정적인 가사를 지닌 국가도 있긴 합니다. 네팔의 국가는 화자 스스로가 꽃이 됩니다. ‘우리는 백송이의 꽃, 하나로 통합한 우리의 언어/ 소박한 우리의 땅에서’하고 노래합니다. 케냐가 1963년까지 썼던 국가의 제목은 ‘사자의 땅’입니다. ‘케냐, 사자의 땅이여/ 모험과 태양의 땅이여…’하고 시작되는 노래랍니다. 인도의 경우는 확실히 영적이더군요. ‘그대의 이름은 빈디아 산맥과 히말라야 산맥에 메아리치고/ 야무르강과 갠지스 강의 노래와 섞인다네….’



100여 개를 넘게 찾아봤는데 사실 서정적인 국가는 몇 개 정도뿐입니다. 대부분은 전쟁과 연관 있습니다. 쿠바의 국가는 이런 노랫말을 갖습니다. ‘사나이들이여, 전투에 서두르라/(중략)/ 자유의 쿠바! 스페인에게 죽음을!’



미국의 국가도 크게 다를 게 없습니다. ‘포탄의 붉은 섬광과 창공에서 작렬하는 폭탄이/ 밤새 우리의 깃발이 휘날린 증거라’하며 전시 상황을 기록합니다. 대다수의 국가는 각자의 투쟁을 기록합니다. 아르헨티나는 ‘자유! 자유! 자유!/ 쇠사슬이 부서지는 소리를 들어라/ 고귀한 평등의 즉위를 보라’며 민중 해방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가봉은 ‘우리가 공포로부터 해방되는 성신을 북돋워 주기를’하면서 독립을 직접 노래합니다. 브라질은 ‘힘센 팔로 이루었네/ 우리의 평등의 염원을/ 그대의 가슴에 자유를’ 하며 죽음을 불사합니다. 이탈리아의 국가는 ‘함께 뭉치세/ 우리는 죽을 준비가 되었으니’하며 전투를 예고합니다. 



피 냄새 가득하지만, 그걸 어찌할 순 없습니다. 해방과 민주, 자유와 독립, 그리고 평등, 그 어느 하나 쉽게 얻어진 건 없습니다. 사람들은 고단하고 힘겨웠던 싸움을 노래에 실어 달래고, 기록했습니다. 잊지 말라하고요.




요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그때를 아로 새긴 노래를 놓아 두고, 애써 다른 곡으로 하자 합니다. 그 혹독했던 탄압에 비하면 이렇게도 우아한 노래가 없는 데도 말입니다. 노래에 등장하는 ‘임’이 누구냐며 슬쩍 조롱하던 패거리들이 있던데, 참으로 황량하고 잔인합니다. 예의라곤 없습니다.



그해 5월, 열흘 동안 165명 사망, 평균 나이 27세. 이중 초등학생은 2명, 중학생 6명, 고교생 11명. 행불자 65명, 후유증 포함 사망자 606명, 구속 연행 1394명…. 석달 후 잔인했던 사건의 주동자는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대통령이 됐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한동안 제사도 몰래 숨죽이며 지내야했다고 합니다. 자,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합니까.




Posted by 강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