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칭 ‘이미테이션 가수’들이 있습니다. 우리말로 ‘모방 가수’쯤으로 해석될 수 있겠네요. 임이자(이미자), 주연미(주현미), 임운세(이문세), 패튀김(패티김), 현찰(현철), 송대광(송대관), 현숙이(현숙), 방쉬리(방실이), 하리슈(하리수)…. 이름이 기발합니다.



나훈아를 모방하는 너훈아와 나운하, 조용필을 모방하는 조영필과 주용필 등이 활동을 해왔습니다. 개그맨 이수근을 똑같이 흉내낸 이수건이 있더군요. 김수로를 모방한 사람은 스스로를 김슈로라고 부릅니다.



모방 가수라고 해서 무시하면 안 됩니다. 한국이미테이션연합회도 있습니다. 종종 모여 친목을 도모하고, 일본으로 함께 나가 공연을 하기도 합니다. 바쁘고 몸값 비싼 진짜 스타들이 가지 않는 작은 시골 어귀에서는 이들 역시 스타입니다. 나운하의 경우엔 음반도 여러 차례 냈습니다. 미국 워싱턴, 뉴욕, 샌프란시스코, LA 등지에 초대돼 공연을 한 적도 있습니다. 나운하는 부산 밤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해 올해로 노래 인생 35주년을 맞았습니다. 어떨 때보면 나훈아보다 더 나훈아 같은 생김새와 노래 포즈로 좌중을 사로 잡을 때가 있습니다.




2008년에는 진짜 가수와 모방 가수가 한바탕 싸움을 벌여 이목을 끌었습니다. 가수 박상민이 임모씨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불거졌죠. 당시 임씨는 일종의 불문율을 깨고 있었습니다. 진짜 행세를 하며 밤무대 공연을 다녔거든요. 스스로를 ‘박상민’이라고 불렀고, 또 박상민의 진짜 노래를 틀어놓고 립싱크를 해댔지요. 법원은 1심에서 벌금 700만원의 벌금형을 내립니다. 법원은 하지만 외양을 따라하는 행위까지는 처벌의 범위에 포함시키진 않았습니다. ‘사칭은 유죄, 흉내는 무죄’란 입장입니다.


모방 가수 문화는 비단 국내에 국한된 현상은 아닙니다. 영미 음악계에서는 더 보편적입니다. 그중 으뜸은 엘비스 프레슬리입니다. ‘엘비스 임퍼스니터스’라고 해서, 아예 이들을 일컫는 용어가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워낙 독특한 문화 아이콘이고, 수요 또한 많으니 모방 가수가 10명이고 100명이고 나올 만도 합니다. 하도 모방 가수가 많아서 이들의 음악을 전문적으로 들려주는 라디오 방송사가 있을 정도였답니다. 



엘비스 프레슬리 복장을 한 사람들이 호수에 뛰어들고 있다. (AP연합)


밴드 계통은 ‘모방 밴드’라는 표현 대신 ‘헌정 밴드’, 그러니까 ‘트리뷰트 밴드’란 표현을 씁니다. 밴드 쪽에서는 당연 비틀스가 효시입니다. 벅스, 비트닉스, 비틀마니아, 비틀주스, 부트레그비틀스…. 아, 국내에서도 얼마 전 헌정 밴드 두 팀을 만나보았습니다. 멘틀즈, 타틀즈라고요. 한국에서 힘 깨나 쓴다는 실력 인디 밴드들의 멤버들이 결성한 팀입니다. 미국의 ‘팹포’라는 팀은 너무 유명해 섭외도 힘들다 합니다.



임운세, 패튀김처럼 이름을 특이하게 비튼 팀은 해외에서도 당연 있습니다. 혼성 팀 아바를 흉내 낸 ‘가바’, 밴드 그린데이를 모방하는 ‘그린데이트’, 더 킬러스를 따라한 ‘더 필러스’, 레드 제플린을 모방한 ‘프레드제플린·레즈제플린·드레드제플린’, 오아시스의 ‘노웨이시스’….



밴드 본 조비는 그들 음악을 따라하는 걸밴드 ‘블론드 조비’에게 “헌정해줘서 고맙기는 한데 혼동을 일으킬 수 있으니 ‘조비’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말라”는 경고장을 2009년 보낸 적이 있습니다. 결국 블론드 조비는 블론드 저지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본 조비는 당시 “속 좁게 군다”는 질타와 조롱을 한동안 받았습니다. 일종의 패러디에 대한 영미권 반응은 매우 관대한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싸이의 짝퉁이 나타나 한 영화제를 헤집어 놓은 일이 최근 있었습니다. 싸이의 대응이 ‘쿨’ 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한류 스타들의 모방 팀이 활동합니다. ‘커버 팀’이라 해서 대학 행사에 초대를 받아 다닙니다. 도무지 몸값 비싼 한류 스타들을 부를 엄두가 나지 않으니 그런 모방 방식을 통해서라도 소비하며 즐거워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정색을 하고 눈을 부라리는 일, 어쨌거나 그것은 없는 사람쪽의 입장에서 보면 좀 야박할 수 있는 일입니다.


중국 소녀시대 커버팀 (스포츠 경향)


Posted by 강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