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민족마다 ‘축제’는 많습니다만, 여름철에 이뤄지는 축제는 흔치 않습니다. 태국의 송크란 정도가 대표적인 여름 축제지만, 1년 내내 더운 나라에서의 행사이니 예외적인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열대 나라를 제외한, 대다수 농경사회에서의 축제는 대개 봄, 겨울에 열립니다. 농경 사회에서의 ‘여름’은 절대로 한가한 시기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농번기에는 하루가 다르게 커 가는 농작물을 아침 저녁으로 돌봐야 합니다. 봄에 뿌린 과실류 작물을 하루 바삐 거둬 들여야 하고, 가을 작물을 파종해야 합니다. 곡식보다 더 커가는 잡초를 뽑는 일도, 물길을 잡아주는 일도 결코 게을리 할 수 없습니다. 예로부터 여름에서 아침은 별이 떴을 때부터 시작된다 했습니다.



현대 도시 사회에서 여름은 과거와 크게 다릅니다. ‘노동’ ‘바쁨’ 등 전통적 여름 이미지는 차츰 ‘휴가’ ‘축제’로 대체돼 왔습니다. 학교는 방학을 맞고, 직장인들은 휴가에 맞춰 바캉스 계획을 잡느라 부산합니다. 산과 계곡은 행락객들로 가득합니다.



현대의 여름 음악은 온통 요란합니다. 음악은 세상의 거울이기도 하니, 어찌할 순 없습니다.



걸그룹, 댄스그룹, 오디션 출신 스타 할 것 없이 여름용 노래라며 시원한 한 두개의 싱글을 속속 내놓고 있습니다. 피서지에서 들어올 행사 섭외를 염두에 둔 행동일 수도 있습니다. ‘얇은’ 의도를 지닌 곡이어서일까요. 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아 보입니다.



여름 곡이야 허다하지만 매년 다시 들리는 곡은 일정합니다. 한 포털사이트에는 DJ DOC의 ‘여름 이야기’(1996년), 쿨의 ‘해변의 여인’(1997), 인디고의 ‘여름아 부탁해’(2002), 유피의 ‘바다’(1997), 박명수의 ‘바다의 왕자’(2000), UN의 ‘파도’(2001) 등이 여름에 듣기 좋은 추천 곡으로 올라와 있습니다. 모두 10년 이상이 된 노래들이지만, 추천 목록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1700년대 이탈리아 작곡가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 중 ‘여름’은 화성이 ‘단조’(minor)인 사실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상반되게 ‘봄’과 ‘가을’은 ‘장조’(major) 입니다. 비발디가 오늘날 ‘사계’를 지었더라면, 아마도 ‘여름’을 더 흥겹고 춤추기 딱 좋은 장조로 만들었을지 모릅니다.



여름 하면 록 페스티벌 또한 빠질 수 없습니다. 올해도 줄줄이 록 페스티벌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20대 중에는 록 페스티벌과 바캉스를 동일시 하는 경우도 많아 보입니다. 텐트를 치고 맥주 한 잔 하면서 음악과 2, 3일 밤낮으로 벗삼는 일, 청춘의 특권 중 하나일 겁니다.



듣자 하니, 해외 출연자 섭외를 둘러싼 경쟁이 장난이 아닙니다.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뺏고 빼앗기고 싸움이 정말 치열합니다. 경쟁이 공정하다면 뭐랄 게 없지만, 돌아가는 모양새가 영 요상합니다. 돈 많은 대기업이 해외 스타들의 몸값을 턱없이 높여가며 싹쓸이를 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그리 나쁘지 않다고 여기는 분들도 많습니다. 평소 구경하기도 힘든 해외 팀을 척척 공수해오니 말입니다. 20년간 공연만 해온 한 공연 관계자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아, 이건 애초부터 게임이 안된다. 그래서 대기업이 무섭다 하는가 보다.”



다시, 사람들은 출연진 번지르르한 공연장을 찾아갈 것입니다. 결론 뻔한 승부의 논리를 잠시 잊어버리고, 우리는 또 현란한 공연에 빠져 들고 말겠지요. 괜히 갑자기 입맛이 텁텁해집니다. 날도 더운데 오늘 저녁 수박 한 입을 베어 먹어야겠습니다.




Posted by 강수진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