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언 셀러’는 100만 개 이상 팔린 상품을 지칭합니다. 100만 장 이상 음반은 ‘밀리언 셀러 레코드’라 써야 하는데 그냥 줄여 그렇게 부릅니다.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 정규 1집이 170만 장 팔렸지요. 국내 음반 사상 단일 음반 최다 판매량을 기록을 가진 음반은 1995년 가수 김건모의 정규 3집 입니다. 그해 4월 252만여 장을 돌파하며 한국 기네스북 기록에 올랐습니다.


가수 신승훈도 대표적인 ‘밀리언 셀러’로 통합니다. 무려 8연속 밀리언 셀러 기록을 누렸습니다. 1991년 데뷔 음반부터 8집까지 모두 100만 장을 돌파했습니다.



사진은 카라 음반 판매점.



100만 장대를 지칭하는 ‘밀리언 셀러’라는 말도 쓰지만 ‘골든 디스크’란 표현도 쓰곤 했습니다. ‘골든 디스크’는 미국음악산업협회(RIAA)가 ‘밀리언 셀러’ 기록을 축하하기 위해 상패를 제공했는데 그게 황금색 디스크 모양을 한 데서 유래했습니다. 미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 등 전 세계가 이 표현을 썼습니다. 일본 가요 시상식 ‘골드 디스크’. 국내 가요제 ‘골든 디스크’란 표현도 여기서 비롯됐습니다.


박진영, 골든디스크상 제작자 상 수상! (연합뉴스)


1990년대까지만 해도 RIAA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음반 시장은 판매량의 등급을 이렇게 구분했습니다. 100만 장 이상은 ‘골드(금)’, 200만 장 이상은 ‘플래티넘(백금)’, 300만 장 이상은 ‘멀티 플래티넘’, 1000만 장 이상은 ‘다이아몬드’….


‘다이아몬드 디스크’에 해당하는 1000만 장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이해가 안 되면 비유를 해보겠습니다. 그 규모를 어렴풋이 짐작하실 수가 있을 겁니다. CD로 된 음반 한 장은 두께가 1㎝, 길이는 14㎝ 정도가 됩니다. 1㎝ 두께 CD를 눕힌 상태로 1000만 장을 차곡차곡 쌓으면 무려 100㎞짜리 거대한 탑이 됩니다. 63빌딩 400개 정도 쌓여있는 높이랍니다. 눕힌 상태로 경부 고속도로에 맞대어 깔아보면 총 연장이 1400㎞가 나옵니다. 서울과 부산을 세 번 정도 오가는 거리입니다.


국내에는 단일 음반으로 다이아몬드 디스크 기록을 쓴 가수가 없지만, 누적량이 그 정도인 가수는 몇몇 있습니다. 조용필, 신승훈이 누적 1000만 장 이상을 돌파한 가수입니다. 가수 보아가 일본에서 판매한 누적 음반 판매량도 1000만 장을 넘었습니다. 대단하지요?


음반 구입하려는 줄 (경향DB)



국내에서는 이제 밀리언 셀러, 그러니까 골든 디스크는 사라졌습니다. 2001년 김건모 7집, god 4집 이후 밀리언 셀러는 종적을 감춰버렸습니다. 일본도 거의 100만 장대가 나오지 않는 시대가 됐습니다.


세상이 바뀌었으니 용어도 달라집니다. 미국의 RIAA가 용어 재정비에 나섰습니다. 현재 RIAA가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등급 ‘골드’는 50만 장 이상, ‘플래티넘’은 100만 장 이상, ‘멀티 플래티넘’은 200만 장 이상으로 낮췄습니다. 단, ‘다이아몬드’는 그대로 1000만 장 이상으로 놔두었습니다.


다른 나라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각 국의 처지에 맞는 방식으로 음반 등급을 바꿨습니다. 독일과 일본은 기존 등급의 10분의 1(골드= 10만 장)로 규모를 줄였고, 프랑스는 20분의 1(골드= 5만 장)로 축소합니다. 핀란드는 1만 장, 뉴질랜드 7500장, 파라과이는 5000장, 페루는 3000장이 ‘골드’입니다.


국내는 어떻게 됐느냐고요? 워낙 음반 시장 규모가 축소되면서 아예 이런 등급 구분조차 잘 쓰지 않습니다. 대형 음반 직배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2만 장’을 골드라고 지칭했고, 이런 등급을 해외에 있는 본부에 보고하고 있다고 합니다. 불과 10년 만에 50분의 1 정도로 축소돼버린 셈입니다. 여러 숫자 때문에 오늘은 매우 피곤한 칼럼이 돼 버리고 말았습니다. 어쨌거나 음반 판매량은 줄었지만, 음악을 향한 애정마저 그랬다고는 생각지 않으려 합니다.


요즘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을 놓고 시끌벅적합니다. 전 전 대통령은 추징금이 1672억원인데, 정작 재산은 29만원밖에 없다고 몇년간을 버텼습니다. 좀 피곤하더라도 1672억원이라는 숫자는 꼭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Posted by 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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