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 기자 kanti@kyunghyang.com



여름입니다. 여름하면 생각나는 음식처럼, 이렇다하게 연상되는 음악 장르가 혹시 있으실 겁니다. 많은 분들이 ‘레게’(regae)를 꼽을 테고요. 쿵짝쿵짝 하며 경쾌한 리듬을 내는 노래는 왠지 모래 해변에 비키니 여성이 서있는 듯한 장면을 떠올리게 할 겁니다. 


지난해 여름 국내 유명 음악사이트인 ‘B’사가 유명 ‘레게’ 노래들을 팔기 위해 마련했던 프로모션 포스터에는 실제로도 이런 글귀가 등장하네요. 


‘작열하는 뜨거운 태양, 마음까지 시원하게 만드는 푸른 바다, 이글거리는 하얀 백사장과 휴양지에서의 아찔한 의상, 여름을 생각하면 떠오르고 또 어울리는 음악장르, 레게!’ 


따지고 보면 국내 국내로 건너온 레게의 이미지는 대체적으로 그러했습니다. 김흥국이 1994년 불렀던 레게곡 ‘레게 파티’는 아예 ‘파티’라는 단어와 조합을 이룹니다. 


김건모의 ‘핑계’, 투투의 ‘1과2분의1’, 마로니에의 ‘칵테일사랑’, 그리고 최근 하하가 부른 ‘로사’ 등 레게 노래 대부분의 뮤직비디오와 무대를 보면 상큼한 의상, 비치풍 액세서리가항상 뒤따르고요. 


하지만 혹시 아십니까. 중남미 카리브해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로부터 시작된 장르 ‘레게’는 매우 치열한 환경에서 자라난 노래란 사실 말입니다. 절대로 가볍지만은 않은, 가슴 먹먹한 많은 사연이 그 경쾌한 리듬 뒤 편에 숨어 있답니다. 


인구 300만명 가량의 작은 섬, 자메이카는 쿠바에서 남쪽으로, 도미니카 공화국의 왼쪽에 위치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발을 지닌 사나이 ‘우샤인 볼트’가 바로 이 나라가 배출한 또한명의 스타입니다. 레게가 탄생된 자메이카는 노예무역지로 유명했던 곳입니다. 이곳에 거주 중인 흑인들은 아프리카에서 노예선을 타고 끌려왔던 흑인들의 후예가 될 겁니다. 집집마다엔 3대 정도만 거슬러 올라가도, 가슴 쓰린 사연으로 넘쳐납니다. 정든 고향을 떠나와야했던, 그 서럽고도 애달픈 마음은 이 지역에 유행했던 많은 노래들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을 겁니다. 


‘레게’를 세상에 알린 ‘밥 말리’는 1945년 자메이카의 수도 킹스턴 빈만가 ‘트렌치 타운’에서 태어났습니다. 14살때까지 공부한 그는 용접공이 되어 생계를 꾸려가다 18살인 1963년 작은 음악팀 ‘웨일러스’(Wailers)를 결성하면서 음악의 길에 들어섭니다. ‘웨일러스’는 부드러운 어감과 달리 ‘울부짖는 사람들’이란 뜻을 지닙니다.


그러고 보니 밥 말리와 관련해서는 여러분들도 아실만한 세계적인 히트곡 하나가 있네요. ‘노 우먼 노 크라이’(No Woman No Cry·울지 말아요. 여성이여 울지말아요)라고요.  이 노래는 ‘러브송’처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을 그러하지 않습니다. 


1962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해 해방을 맞이한 자메이카는 우리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유에 대한 갈망이 가득한 시련의 시기가 다시 찾아옵니다. 이 노래는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시청앞으로 몰려나갔던 그 어느 시위 현장에서 일어난 일을 소재로 삼습니다. 1980년대 서울, 어느 신문의 사진에서 보니 시위대에 속 20대 여성도 목놓아 울고 있더군요. 무서웠는지, 혹은 서러웠는지 저로선 알 길이 없습니다. 


밥 말리는 ‘겟 업, 스탠드 업’(Get up, stand up)이란 노래에선 대놓고 ‘일어서라’고 주문키도 합니다. ‘싸우는 걸 포기하지 마세요/ 당신의 권리를 위해 일어 서세요’(Don’t give up the fight/ stand up for your right)라고요. 가사를 모르고 듣는다면 춤을 추기에 딱 좋은 리드미컬한 노래랍니다.


권력자에게 밥 말리는 눈에 가시일 수밖에 없습니다. 1976년 친미 성향의 우파 정당인 자메이카노동당(JLP)의 사주로 추정되는 총기 테러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밥 말리의 노래는 시종 경쾌했습니다. 언제건 몸을 흔들며 노래했습니다. 어떤 동작은 진짜 김흥국의 ‘호랑나비’ 안무와 비슷합니다. 


어느날 어느 기자가 밥 말리에게 물었습니다. 왜 그리 열심히 노래하냐고요. 그는 말합니다. ‘악당들은 언제든 모의를 꾸미는데 어찌 게을리 할 수 있겠느냐’고요. 


다시 밥 말리의 노래 ‘노 우먼 노 크라이’입니다. 울고 있던 여성에게 밥 말리는 이렇게 노래를 이어갑니다. ‘모든 게 잘 될 거야’(Everything’s gonna be all right!)….


요번 여름에도 도처에서 ‘레게’의 노래가 울려퍼질 겁니다. 그때면 잠시, 아주 잠시만이라도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당돌했던 그 사내가 시원한 리듬 속에서 들려주고 싶어했던 숨은 이야기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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