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 기자 kanti@kyunghyang.com



세계 각국으로 뻗어가는 신한류의 열기, 그리고 싸이의 세계적인 인기 등이 기분 좋은 일이지만, K팝 쪽 일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 사실 뿌듯한 건 따로 하나 더 있습니다. 


짐작하실 분이 있겠지만, 바로 ‘기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연예계에서 우리가 기부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게 된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랍니다. 떠올려보십시요. 1960년대, 70년대, 80년대, 90년대 어느 스타가 수익금의 일부를 지속적으로 사회로 돌려놓았던가요? 행사비로 남들 집 한 채 가격을 ‘턱턱’ 받아내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고생했고 또 스스로의 재능으로 일구었으니, 모든 걸 독차지하여도 뭐랄 게 없었던 시절이었습니다.


2000년대 들어 가요계에 ‘별종 3인’이 나타납니다. 이 이상한 사람들이 일으킨 붐은 상상 그 이상이었지요. 그저 소소하게 하는 줄 알았더니 온통 요상한 바이러스를 퍼뜨려댑니다. 별종 3인은 바로 김장훈, 장나라, 그리고 남성듀오 지누션의 ‘션’이었습니다.


 

‘슈퍼스타K 4’ 우승상금 5억 기부한 로이킴




김장훈부터 시작할까요, 아니면 장나라 이야기부터 할까요. 그것도 아니면 션에 대해 이야기할까요. 정말 그저 이름만 거론하여도 입꼬리가 한껏 올라가는 사람들이 바로 이들입니다. 


버는 족족 퍼주기 바빴던 김장훈의 이야기를 여러분들도 일부는 아실 겁니다. 하지만 놀라운 일은 여러분들이 아는 것 그 이상이랍니다. 돌보는 동생들에 보낼 돈이 없으면 그는 은행이라도 달려갑니다. 대출이라도 받아 꼭 돈을 송금하고야 말죠. 어버이날이면 그가 살던 아파트 관리실에는 이런 안내 코멘트가 흘러나온답니다. “아! 아! 여러분들 오늘 김장훈씨가 어르신들에게 삼계탕을 대접한다 합니다”. 그 며칠 전 어린이날에는 동네 아이들을 온통 모아 자장면을 사서 먹였다지요. 김장훈은 그 아파트의 소유자가 아니라 그저 전세 입주자일 뿐입니다. 여러분들이 김장훈이라는 인물을 더 가까이 알게 되면 정말 까무러칠 일을 수시로 보게 될 것이라 저는 자신합니다. 장담하건대 그는 언제건 ‘약자’ 편입니다. 그 반대의 경우에 대해서는 앞뒤 따지지 않고 덤비는 게 저는 더 멋지다 싶습니다. 모쪼록 그는 지금까지 150억원 이상을 사회에 돌려놓았습니다. 150억원. 그게 그리 작은 돈 아닌 것 여러분도 잘 아실겁니다. 


장나라. 그도 100억원 정도 사회로 환원한 인물입니다. 자그마한 키에 말도 조곤조곤하는 소녀 같은 그가 어디서 그런 용감무쌍한 생각을 하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장나라 팬들은 한때 장나라의 기부 금액을 목록으로 작성하는 게 일종의 놀이였답니다. 몇억씩 모이더니 결국 100억원을 훌쩍 넘어가더군요. 


션에 대한 일화도 이제는 제법 잘 알려져 있습니다. 집에 가면 저금통이 여러 개 있습니다. 하랑, 하율, 하음, 하엘 네 아이의 이름으로 매일 1만원씩 모으는 저금통 넷, 그리고 아내 정혜영의 이름으로 1만원씩 모으는 저금통 하나. 결혼기념일이나 아이들의 생일이면 매일 모은 365만원을 어김없이 기부하고, 그리고 또 그날을 잔칫날 대신 ‘봉사데이’로 삼아버리는 사람입니다. 세계 각국의 아동 200여명에게 매달 4만~5만원씩 생활비를 지급하는 일도 잊지 않습니다. CF 모델료며 책 수익금 등 버는 돈은 대부분 대외에 기탁됩니다. 


3명의 별종이 퍼뜨린 바이러스의 번식력은 무서웠습니다. 연예계 전반으로 빠르게 퍼져 갔습니다. 2000년대 중반 인터뷰를 하는 신인 가수들 마다 하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성공하면 김장훈, 장나라, 션처럼 자신도 존경받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 그게 마치 유행어처럼 되어버렸던 시기가 있습니다. 


지금 보시면 가수들 상당수가 걸핏하면 기부금을 내어놓습니다. 팬들의 경우는 더 대단합니다. 이건 팬클럽인지, 봉사단체인지 구분이 안갈 때도 많습니다. 멤버들의 생일이면 돈을 모아 기부금을 기탁하고, 뭐 자축할 일이 있으면 또 어김없이 기부금을 내놓곤 한답니다. 여러분이 아는 젊은 가수들의 팬클럽 중 1년에 기부나 봉사활동을 하지 않는 데는 아예 찾아보기 조차 힘들 것입니다.


최근 Mnet <슈퍼스타K4>가 끝났습니다. 로이킴이라는 우승자가 결정되었습니다. 그는 상금으로 받은 5억원을 전부 기탁하겠다고 하여 더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상금을 지나치게 독식한다 싶어 적잖이 우려가 되기도 하던 요즘이었습니다. 점점 덩치를 키워가는 우승 상금이 차츰 부담스럽게 다가오던 때이기도 하였습니다. 우승 축하드리고, 기부 결정은 더더욱 축하드립니다. 로이킴이라는 따뜻한 인물을 좋은 선배가 많은 가요계로 맞게 돼 그 또한 매우 기쁩니다.

Posted by 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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