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 기자 kanti@kyunghyang.com



래퍼들의 노래는 묘할 때가 많습니다. 둘러치는 듯 하면서도 또 수시로 정면을 노려봅니다. 요즘말로 하면 ‘돌직구’가 심심찮게 등장하는 것도 바로 힙합 가수들의 랩일 겁니다. 래퍼 라이머의 노래 중에는 이런 게 있습니다. ‘그녀를 조심해’란 노래로, 2009년 즈음 발표되었지요. 


‘쉬 캔 두 에브리씽/ 아무 생각없이 원하는 모든 걸 아무 의식 없이/ 쉽게 마음가는 대로/ 쉽게 몸가는 대로/ 쉬 원트 유 바디 투나이트/ 그녀를 조심해….’


노래가 발표된 뒤엔 온갖 이야기가 다 흘러나왔습니다. 사람들의 궁금증은 대개 이 노래가 픽션인지, 논픽션인지에 쏠렸습니다. 어쨌거나 노래가 상상의 누군가를 소재로 하지 않았다면 필시 누군가를 매우 심하게 쪼아대는 게 분명하다 싶습니다. 그걸 힙합에서는 ‘디스’라고 부릅니다. 


노래는 생각보다 더 신랄했습니다. 


‘애써 외면했던 그녀의 히스토리/ 모든 소문들은 진실이었네/ 그녀는 원래 욕심이 많아 사랑을 하면서도 다른 남자도 많아/ 수많은 맹세를 한 남자는 상처가 되거나 말거나/ (중략) / 꼴에 또 소주보다 양주를 원해 동대문보다는 명품관을 원해/ 쥐꼬리만한 월급이 니 욕망을 채우지 못해 남 몰래 몸까지 파네….’


 



너무 심한 가사로 인해 나중엔 ‘19금’으로 규제가 되기도 합니다. 노래가 발표된 직후 라이머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는 “노래는 노래일 뿐”이라고 말한 뒤 서둘러 자리를 떠납니다. 무슨 이유인지도 모르겠지만 라이머는 당시 미디어와 현실의 괴리 문제에 대해선 매우 화가 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노래의 마지막은 이렇게 매듭됩니다. ‘미디어는 그녀의 진실을 가려주네/ 그 속에서 그녀는 거짓에 춤을 추네’하며 말입니다. 


굳이 라이머의 노래에서 떠올린 건 아니지만 따지고 보면 랩만큼이나 묘한 것이 ‘미디어’ 같습니다. 이 또한 둘러치듯 하면서도 수시로 ‘돌직구’를 던져대지요. 방식이 점잖은가, 그러지 않은가 그 차이가 둘을 가름할 겁니다. 미디어도 필시 특정한 누군가를 매우 심하게 비판합니다. 


돌직구를 던져대는 래퍼와 미디어, 사실 통할 게 많아 보이지만 래퍼들은 대체로 미디어를 싫어합니다. 삶이 신산했던 흑인들의 음악, 바로 ‘힙합’에서 유래한 랩인지라 필시 힘께나 쓰는 사람들의 반대편에 서려하는 태생적인 저항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 저는 봅니다. 


래퍼 ‘UMC/UW’(유엠씨유위)도 미디어를 죽어라 미워하는 대표적인 가수일 겁니다. 그는 ‘미디어돌 3.0’이란 노래에서 이렇게 반복합니다. 곡의 화자는 미디어입니다. ‘애들아 저 놈이 나쁜 놈이다/ 죽여 죽여 죽여/ 애들아 저 놈이 그 놈 친구다/ 죽여 같이 죽여/ (중략) / 유권자 여러분, 우리는 표를 얻기 위해 뭐든 다하는 여러분 친구랍니다./ 사실 표라기 보다 돈이겠지요./ (중략) 기업 신문 방송, 법이 모두 우리의 친구죠/ (중략) 그래서 신문을 만들었어요/ 우리 편 늘려주고/ (중략)끝으로 신문에 이렇게 써주면 고민해결/ 애들아 저 놈이 나쁜 놈이다/ 죽여 죽여 죽여….’


너무 노골적인 언급이 서슴없이 흘러나와 한편으론 불편하지만, 또 곰곰히 생각해보면 요즘 돌아가는 형국이 딱 그러하니 완전하게 틀린 말도 아니다 여겨집니다. 


또 다른 래퍼의 곡 하나로 오늘의 글을 마무리 할까 합니다. ‘상상소년’이라는 힙합 가수인데 이치들 또한 지금의 미디어와 그 행태를 혐오합니다. 물론 화끈하게 서슴없이 돌직구를 던져대는 청년들이지요. 


‘그게 바로 죄/ 무관심은 죄/ (중략) 염증을 느끼게 해/ 지들 멋대로 가려는 협잡질에 놀아나는 죄/ 교만함과 역겨운 속임수들. 도저히 그냥 지나갈 수 없어 분개해, 생각해! / 선택은 바로 당신/ 두 손에 달려 있는 것/ 생각해, 행동해, 그리고 투표해/ 잊지마. 이번이 마지막 기회야/ 바로 오늘 나우, 투표해! …’(‘백투더베이직’) 


요즘 돌아가는 일로 모두들 피로하실 터이지만, 이 말만큼은 꼭 새겼으면 합니다. 정치와 투표는 어떤 측면에선 ‘희망’일 수 있습니다.


Posted by 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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