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 기자 kanti@kyunghyang.com





위로가 필요할 때면 여러분들은 대개 무얼 하십니까? 술을 드시며 회포를 푸는 분도 있을 것이고, 맘껏 수다를 떨며 흉금을 털어낼 분 또한 있을 것입니다. 


대중음악 기자여서 하는 소리가 아니라 위로가 필요할 때 ‘이 만한 것이 없다’ 싶은 게 바로 ‘음악’입니다. 어느 개그맨이 했던 말처럼 “에이~ 먹지도 못하는 것”하며 괜히 핀잔만 하실 일은 아니라 봅니다. 음악의 주요 기능 중 하나가 ‘위로’ 혹은 ‘위무’가 아닐까 싶을 만큼, 왕왕 힘이 되어줍니다. 생일축하곡도, 장송곡도, 캐럴도, 그리고 민요나 노동요, 민중가요, 성가 등도 어찌보면 모두 저마다의 훌륭한 위로의 노래, 바로 ‘위로가’가 아니었을까 여겨봅니다. 


그러고 보니 의학계에선 음악이 자율신경계에 뚜렷한 변화를 가져와 심리적 안정을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를 수시로 소개해왔습니다. 좀 잔잔한 음악은 확실히 편안하고, 안정된 상태를 만들어냅니다. 어느 식물에 노래를 들려줬더니 성장 속도 또한 빨라졌다는 이야기도 들어보시지 않았습니까.


 




찾아보면 세상엔 위로의 노래가 많습니다. 가령 이렇습니다. 친구가 하염없이 그립다면 안재욱이 중국 노래를 개사해 부른 ‘친구’가 도움이 될 듯합니다. 노랫말은 등을 토닥거리며 이렇게 흘러갑니다. ‘괜스레 힘든 날 턱없이 전화해/ 말없이 울어도 오래 들어주던 너/(중략)/ 사랑이 날 떠날 때면 내 어깰 두드리며/ 보낼 줄 알아야 시작도 안다고/(중략)/ 세상에 꺾일 때면 술 한잔 기울이며/ 이제 곧 우리의 날들이 온다고….’


뭔가 뒤죽박죽 얽혀 있고, 그 상실감에 가슴이 먹먹해져 있다면 비틀즈의 ‘렛잇비’를 들으면 좀 괜찮아질 수 있습니다. ‘렛잇비’는 비틀즈가 분열의 길목에 있을 때 폴 매카트니가 멜로디를 써서 만든 노래입니다. ‘내가 방황할 때, 암흑에 놓였을 때 성모 마리아 내게 와서 들려주는 말, 그냥 놓아 두세요. 섭리대로 두세요./ 이 세상 상심한 사람들에게도 언젠가는 해결책을 주리니/(중략) 칠흑 같은 밤이라도 한 줄기 불빛 만은 비추리니….’


위로의 노래는 대부분 가슴 시린 사연들을 내포할 때가 많습니다. 잘 아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란 노랜, 1980년 광주에서 총에 맞아 세상을 떠난 윤상원씨, 그리고 1979년 겨울 산업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박기순씨 두 꽃다운 젊은 남녀를 맺어주던 영혼 결혼식을 위해 만든 노래입니다. 그게 왜 그리 장엄하고 슬펐는지 이해가 가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스티비 원더의 ‘이즌트 쉬 러블리?’가 특히 아름다운 까닭도 분명합니다. 시각 장애인인 가수 자신이 미처 볼 수 없는 아내와 딸의 얼굴을 상상하며 부른 노래이니 말입니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아임 오케이’는 가정 폭력의 자전적인 아픔을 스스로 극복해나가는 이야기고, 밴드 ‘드림 시어터’의 ‘어나더 데이’는 암에 걸린 밴드 멤버의 아버지를 사무치게 사랑하는 스토리를 지닙니다. 레이디 가가의 ‘본 디스 웨이’는 왕따로 힘들어했던 자전적 스토리에 기인해 타인을 어루만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노래는 아픈 이는 위무하고, 슬픈 이를 다독거립니다. 그리고 상실한 이는 일으켜 세우려합니다.


위정자들은 야하다, 폭력적이다, 노랫말이 틀려먹었다 하며 매일같이 눈을 부라리겠지만, 사실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만큼 좋은 노래가 세상에 있습니다. 


‘강물 같은 노래를 품고 사는 사람은 알게 되지 음 알게 되지/ 내내 어두웠던 산들이 저녁이 되면 왜 강으로 스미어/ 꿈을 꾸다 밤이 깊을수록 말없이 서로를 쓰다듬으며/부둥켜 안은 채 느긋하게 정들어 가는지를…’하고 노래한 안치환의 노래(‘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는 아무리 곱씹어도 좋은 노래가 분명합니다. 


러시아 청년들이 그렇게 좋아했던 고려인 출신 로커 빅토르 최의 노래 ‘전설’로 오늘의 글을 마무리 할까 합니다. 체제를 줄곧 비판해온 그는 사실상 변화를 두려워한 자들에게 타살된 것으로 이해되고 있는 러시아 록의 주역입니다. ‘죽음은 삶이 있기 때문에 가치 있는 것이고/ 사랑은 기다림이 있기 때문에 고귀하지 않을까?/ 이봐, 근데 모두 잠들어 있으면 노래는 누가 부르지….’

Posted by 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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