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광석의 법명은 ‘원음’이었습니다. 법정 스님이 생전에 그리 지어 주었지요. ‘둥근 소리(圓音)’를 세상에 내어 더 부르라는 뜻을 담고 있었을 겁니다. 그가 죽고 난 뒤 사리 9과가 발견되면서 불교계 쪽에선 그게 또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김광석 팬클럽의 이름도 그의 법명에서 기인해 ‘둥근 소리’가 됐습니다. ‘둥근 소리’ 회원들은 기일이면 어김없이 모여 망자가 남긴 노래를 부르곤 합니다. 지난 6일 그의 기일에도 추모비가 있는 대학로 ‘학전 소극장’에 한가득 사람이 모여들었습니다. ‘김광석 따라 부르기’란 행사에 나타난 이들 중에는 10대도 있고, 40~50대도 있었다 합니다. 


 

(경향신문DB)



1964년 대구 대봉동 번개전업사의 다섯 자식 중 막내로 태어난 김광석은 입버릇처럼 “잘난 것 하나 없던 때”라며 학창 시절을 회상합니다. 수줍음 많은 그는 1982 명지대 재학시절 대학연합 동아리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에게 서서히 다가섰습니다. 1984년 ‘노래를 찾는 사람들’ 1집에서 노래 ‘그루터기’가 바로 앳된 김광석의 목소리를 담고 있습니다. 김민기를 필두로, 서울대 노래패 메아리, 연합 노래패 새벽 등의 청년들이 만들어 낸 앨범은 지금 보아도 명작입니다. 게다가 그때는 총과 칼, 방망이가 횡행하던 야만의 5공 시절이었습니다. 



군을 다녀온 김광석은 이후 1987년 동물원을 조각해 서정성 가득한 노래를 들려주었습니다. 이후 1989년 솔로 첫 앨범을 시작으로 이후 네 장의 정규 앨범을 더 내었지요. <다시부르기>라는 제목으로 나온 두 장의 앨범 또한 소름끼치게 좋았습니다. 사실 그가 아니었다면 이정선, 한대수, 양병집, 김의철, 김현성, 한돌, 김목경 등이 앞서 수록하고 불렀던 노래가 그리 아름다울지 미처 몰랐던 이들도 많았을 겁니다. 



“전투적 담지자가 되지 못했던 포크 예술가였네” “모던 포크의 계승자로 자작 요소가 모자라네”…. 이런 잣대를 들이대는 건 참으로 부질없습니다. 광장보단 소극장을 택했던 그는 작지만 진솔했습니다.



김광석의 죽음을 안타깝게 여기는 이들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광석이는 왜 그렇게 일찍 죽었다니? 야, 광석이를 위해서 딱 한잔만 하자우” 박찬욱 감독은 영화(<공동경비구역 JSA>) 속 북한군 병사(송강호)의 입을 빌어 아쉬운 속내를 대신하였습니다. 



‘잘난 것 하나 없었던’ 그의 노래가 이토록 오래 사랑 받는 이유는 삶의 읊조림에 가까웠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노래는 우리네의 ‘독백’과 그리 차이 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러지 않았습니까? 군입대를 앞두고 그 스산한 심정에 어찌해야 할지를 모를 때면 ‘이등병의 편지’를 불러 위로를 삼았습니다. 20대 아팠던 청춘을 떠나보내야 할 때면 ‘서른 즈음에’를 불렀고, 서툰 사랑이 하염없이 속상할 때면 또 ‘외사랑’으로 울음을 삼키곤 했습니다. 학창 시절 빈 자취방에서 흥얼거렸던 ‘혼자 남은 밤’은 아마도 다들 ‘가슴으로’ 불렀을 게 분명할 것입니다. 가난하더라도 가슴만큼은 남달리 뜨거웠던 시절이어서, 노래는 더 애처로웠을 터입니다. 



‘그날들’ ‘나의 노래’ ‘나무’ ‘불행아’ ‘사랑이라는 이유로’ ‘거리에서’ ‘그루터기’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맑고 향기롭게’ ‘일어나’ ‘바람이 불어오는 곳’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변해가네’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곱씹을수록, 나이가 들면 들수록 그의 노래는 우리 모두의 노래였던 것 같습니다. 이런 노래가 바로 ‘둥근 소리’였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언제건 그의 노래는 위안이 됩니다. 김광석이 불렀던 노래 ‘안녕 친구여’를 다시 들어봅니다. ‘만남은 헤어짐이라/ 저마다 품은 꿈으로 걸어가/ 안녕 친구여/ 다시 모여 웃을 날 기약하며/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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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