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 방망이를 두드리면 무엇이 될까/ 금 나와라(와라) 뚝딱!/ 은 나와라 (와라) 뚝딱!’


이런 동요를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도깨비 나라’란 제목의 노래입니다. 이 동요는 각지에서 전승돼 내려온 구비문학 중 하나인 ‘혹부리 영감 설화’를 바탕으로 훗날 제작된 것입니다. 동요의 작곡가는 박태준씨입니다. 한국 동요 및 가곡계의 거목이지요. ‘오빠 생각’ ‘가을밤’ 등의 주옥 같은 노래를 남기고 떠났습니다.


눈치채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도깨비 나라’와 똑같은 멜로디의 동요가 국내 동요계에는 하나가 더 있답니다. ‘맴맴’이란 박태준의 또 다른 노래인데요.



금과 은




‘아버지는 나귀타고 장에 가시고/ 할머니는 건너마을 아저씨댁에/ 고추먹고 맴맴/ 달래먹고 맴맴….’


두 노래를 비교해 꼭 한번 읊조려 보십시요. ‘도깨비 나라’와 ‘맴맴’이 서로 ‘동음이의곡’이었단 재미난 사실을 아실 수가 있을 것입니다.


금과 은 이야기가 나와서인데, 가요계에는 ‘금과 은’이라는 남성 듀오가 한 팀 있었답니다. 오승근, 임용재 두 명으로 구성돼 1970년대에 활동한 팀이지요. 멤버 오승근은 탤런트 김자옥의 남편입니다. 이 팀은 ‘처녀뱃사공’ ‘빗속을 둘이서’ 등을 불렀지요. 잘생긴 얼굴에 옛풍의 노래를 제법 멋스럽게 소화해 인기가 꽤 높았답니다.


‘낙동강 강바람이/ 치마폭을 헤치면/ 고요한 처녀 가슴/ 물결이 이네….’ 금과은이 새롭게 불러 히트한 ‘처녀뱃사공’은 고즈넉한 노래입니다. 이렇게 구성진 멜로디를 요즘 젊은 음악팬들은 알고 있을지 갑자기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얼마 전인가요? ‘처녀뱃사공’의 실제 주인공이 나타나 한차례 주목을 끈 적이 있습니다. ‘빈대떡 신사’의 가수 한복남이 해방 이후 경남 함안군 악양 나루터의 한 소녀 뱃사공과 대화를 나눈 후 가사를 만들었는데, 그때 뱃사공이 뒤늦게 언론과 인터뷰를 하며 “내가 18살 때 뱃사공이었고, 한복남 일행을 배로 실어 나르며 했던 이야기가 있는데 그 사연이 노래에 담겼다”고 털어놓았던 거죠. 처녀는 칠순을 넘은 할머니가 되어 있었습니다. 이 노래를 작곡한 윤부길 또한 기억해야할 음악인입니다. 미니 스커트로 당대를 발칵 뒤집어 놓은 가수 윤복희, 그리고 오빠 윤항기의 부친이랍니다. 함안군 옛 악양나루터에 가면 한복남, 윤부길의 이름이 새겨진 큼지막한 노래비를 보실 수가 있을 것입니다.


금과 은이란 듀오는 이름이 일순 바뀌는 이상한 일에 휘말린 적이 있습니다. 원래는 ‘투에이스’였습니다. 하루 아침에 TV는 패티김을 ‘김혜자’로, 바니걸스는 ‘토끼소녀’로 각각 표기해버린 때가 있었습니다. 갑자기 이름을 바꾸라는 당국 지시 때문에 일어난 일이랍니다. 위정자들의 쓸데 없는 간섭이 어디 하루 이틀이겠습니까? 순화되어야 할 건 대중이 아닐 것입니다. 요즘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가 나타나 ‘빅뱅’은 ‘우주대폭발’로, ‘투애니원’은 ‘스물하나’로, ‘비스트’는 ‘짐승’으로 쓰라고 한다면 아마도 난리가 날 겁니다. 


금을 둘러싼 재미난 어휘 하나가 때마침 생각이 납니다. ‘뜬금없다’라고요. 어원으로 본다면 여기서의 ‘금’은 돈입니다. ‘뜬금’은 ‘떠있는 돈’으로 시세 변동에 따라 정해지는 ‘값’을 일컫지요. 가격은 수요·공급에 따라 오르내리기 마련인데 어느 장사꾼이 제멋대로 터무니 없이 높은 가격을 매겨 시민들을 속였나 봅니다. 그런데서 나온 말이 ‘뜬금없다’가 되었습니다.


요 며칠 전 TV를 틀었는데 KAL기 테러범인 김현희가 ‘특집 대담’의 주인공으로 안방을 찾더군요. 방영 당일 오후 4시에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라면서요? 참 뜬금없습니다. 트위터를 보니 이 같은 비판의 목소리가 줄을 잇더군요.


다시 ‘도깨비의 나라’입니다. 우리가 지금 사는 곳이 혹시 ‘이상한 도깨비의 나라’는 아니겠지요? 그렇겠지요?

Posted by 강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