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 기자 kanti@kyunghyang.com

 


요즘 인터넷을 강타한 노래가 하나 있습니다. 이 노래의 가사는 ‘Mot de gan da mot-gan dan mar e da/ E’ sul wu jago jibea gan dan mar e go…’로 흘러갑니다.

 

기타 사운드나, 곡의 스타일만 보면 영락없이 중남미 음악입니다. 노랫말의 발음도 꼭 스페인어같습니다.

 

하지만 유심히 들어보면 노래의 정체는 곧 드러납니다. 좀 허무할 터이지만, 가사를 한글로 또박또박 옮겨 보면 이러합니다. ‘못 드간다 못간단 말이다/ 이 술 우짜고 집에 간단 말이고….’

 

이걸 깨닫기 시작하는 무렵부터 객석에선 ‘피식’하는 웃음이 터져나옵니다. 멤버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노래를 이어가죠. ‘Juer gi sua sul mahn ke go gaja/ Ddak sam sip bun mahn shuer da gaja…’(저기서 술만 깨고 가자/ 딱 삼십분만 쉬었다 가자…)

 

지난 5일 KBS <톱밴드>에 출연한 무명의 인디밴드 ‘장미여관’은 발칙한 노래 ‘봉숙아’를 들려준 뒤 삽시간에 프로그램과 시청자들을 뒤집어 놓았습니다. 포털사이트는 물론 트위터 곳곳에 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했습니다.

 

KBS2 서바이벌 프로그램 <톱밴드> l 출처:외부제공/경향DB

반응이 더 재밌습니다. 사람들은 이들 특유의 여유로움에서 ‘고수’의 흔적이 느껴진다며 한마디씩을 거듭니다. 경상도 사투리를 스페인어처럼 위장한데서 비롯된 재미도 쏠쏠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노래는 곡 중에 등장하는 여인 ‘봉숙이’를 그 뻔한 말로 유혹하는게 전체적인 줄거리입니다. 자칫 ‘19금’이 될 만한 아슬아슬한 노래이지만 ‘희롱’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경망스럽긴해도 유머를 지향합니다. 그리고 유희적입니다.

 

대중 가요와 유행가에서 품위를 요구한다는 건 분명 가혹한 측면이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 노래를 굳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어보입니다. 다들 미소한번 짓고선 그들에게서 발견되는 빼어난 연주 솜씨와 재치에 박수를 아끼지 않고 있는 편이죠.

 

그러고보니 가요계에 웃긴 노래가 생각보다 없다 싶은 요즘입니다.

 

가요사에선 ‘만요’(漫謠)라는 게 한창 유행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오늘날로 하면 코믹송이 될 터인데,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에 크게 번져갔죠.

 

‘띵호아 띵호아, 비단이 장사 왕서방, 명월이 한테 반해서, 비단이 팔아 모은 돈….’(‘왕서방연서’)

 

한번쯤 들어봤을 이 재미난 노래를 부른 가수 김정구씨는 ‘눈물젖은 두만강’으로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가수였습니다. ‘세상은 요지경’ ‘부부전선’ 등도 그의 노래였죠. 오늘날로 치면 빅뱅 정도가 인기 가수가 이런 코믹송을 발표했다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밖에 김장미는 ‘엉터리 대학생’, 박향림은 ‘오빠는 풍각쟁이’, 강홍식은 ‘유쾌한 시골영감’ 등의 만요를 불러 히트를 기록했답니다.

 

아예 대놓고 웃음 소리를 채운 노래도 있었네요. 한복남은 ‘빈대떡 신사’라는 노래에서 ‘으하하하 우습다, 으히히히 우습다, 에헤헤헤 우습다, 와하히히 우습다. 돈없으면 집에가서 빈대떡이나 부쳐먹지. 한 푼없는 건달이 요릿집이 무어냐 기생집이 무어냐’라고 노래했습니다.

 

만요가 대체적으로 점잖치 못한 소재를 다루긴 했지만, 풍자로, 혹은 해학의 방식으로 시대의 피로를 잊는 잠시간의 돌파구는 됐을 겁니다. 소리 내어 웃지 못한다면 비틀어서라도 웃곤 했던 게 우리네 시민들 아닙니까. 위정자들의 겁박이 무서울 때면, 세태를 빌어 코믹송이고 해학송이라도 불러야했던 우리들입니다.

 

희로애락, 그 모든 건 가치있는 감정이라 여깁니다. 슬픔을 위무하는 발라드, 화가 잔뜩 난 힙합, 흥을 돋우는 댄스 외에 웃음을 부르는 무언가의 노래가 넘쳐나길 기대해봅니다. 가뜩이나 겁나는 세상, 크게 한번 웃어나 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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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강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