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혹시해서 하는 말입니다. 여러분에게 약 3억 원 정도의 돈이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아주 큰 돈입니다. 아무튼 은행에 넣어둘까, 아니면 작은 오피스텔을 사서 임대를 해볼까 하는데, 때마침 아는 지인이 솔깃한 투자를 제안해옵니다. 


요즘 어느 실력 좋은 가수 하나가 있다고 합니다. 이미지도 깨끗하고, 요즘 그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곧 이들의 두번째 앨범이 나온다 합니다. 지인은 별 괴상한 아이디어 하나를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음반 제작비 1억 원을 대면 회사 수익금 상당수를 주겠다 합니다. 그리고 또 말합니다. 그냥 출시하면 음반이 히트할 확률에 대한 자신이 없으나 ‘백전백승’의 기묘한 방법을 쓰면 확실하게 이길 수 있다고요. 그리고 귓속말로 속삭이는데, 요지는 이러합니다. 





“자, 진짜 게임은 음반 출시 이후부터지. 제작비는 1억 원만 쓰고 나머지 2억 원을 ‘자사 매입’에 쏟아넣는 거야. 첫 날엔 각 음악 사이트에서 약 2000만 원 어치를 노래를 고루 사고, 둘째 날, 셋째 날에는 1500만 원 어치를 사고. 이후 며칠간은 1000만 원 어치를 사서 약 10일간을 구매하면 돼. 그러면 신기하게도 게임은 우리 쪽으로 기울게 되지.”


그의 말로는 이리 하면 며칠간 차트에서 쉽게 1위에 오른다고 합니다. 쥐도 새도 모르게 ‘가짜 1위’만 만들면, 조금 있다가 스르륵 ‘진짜 1위’가 되는 마법 같은 일도 일어난답니다. 


가짜 1위를 만들어놓기만 하면 그 다음은 여러 일이 뒤따른 답니다. 우선 요즘 넘쳐나는 각종 언론 미디어들이 깜빡 속은 채 알아서 “1등을 했다”고 기사를 써대고 인터뷰를 요청한답니다. 그 어렵다는 TV 출연도 생각보다 쉬워집니다. 1등 가수가 출연한다는 데 TV가 마다하겠습니까. 


가끔씩 블로거들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합니다. ‘바이러스 마케팅’이라 해서 “저 음악이 요즘 유행이래”, “와, 음악 좋다” 등등의 이야기를 인터넷에 뿌리면 된다는 군요. 곰곰히 생각해보니 ‘플라시보 효과’도 이런 데서 비롯됐다 싶습니다. 아무런 효험도 없는 약을 “건강에 좋다”며 투약하면 실제로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난다는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어찌 바라봐야 합니까. 


음악팬, 그리고 대중은 너무 쉽게 넘어가는 편이라고 합니다. 가짜 1위에 몰려가 음악을 다운로드하고, 또 “좋다”고 맞장구를 친다 합니다. 대세에 대해 “아니다”라고 말하면 왠지 촌스러워보이는 걸까요. 그렇게 가짜는 진짜로 둔갑합니다. 


아무쪼록 가수는 그사이 커다란 홍보효과를 누립니다. 이후엔 행사가 밀려들고, CF 모델 제안도 잇따릅니다. 사재기에 2억 원 투자했는데, 돌아오는 돈은 20억 원, 30억 원을 넘어갑니다. 지인은 다시 강조합니다. 


“사람들은 보통 노래를 찾아 듣지 않아. 노래는 넘쳐나니까. 차트에 오른 노래, 유행인 노래만을 들으려하지. 아무튼 자사매입 이건 절대로 다른 사람이 알아선 안돼. 알게 되면 모든 게 끝이나. 완전한 신인에게는 잘 안통하지만, 제법 좋은 이미지의 가수에게는 효험이 특히 좋지. 한번 하면 다음에는 알아서 1등이 돼.” 


안 믿으시겠지만 이런 ‘자사매입’은 국내외 음반계에서 자주 통용되는 방식으로 전해집니다. 최근에도 1위를 차지한 가수가 그런 수법을 썼다는 소문 하나가 들려왔지만, 결단코 확인할 방법은 없습니다. 이게 자칫 잘못했다가는 모두가 죽는 위험천만한 일이라 보안이 특히 철두철미 하답니다. 얼굴을 보려하면 사라지는 게 꼭 ‘유령’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 대놓고 벌어지는 합법적인 방법 또한 있답니다. 독자분들, 휴대폰 구입하시면 노래 수십 곡을 공짜로 얻으실 것이고, 부가서비스를 가입해도 또 수십 곡을 받게 될 겁니다. 그게 바로 합법적인 자사 매입 후 뿌려지는 곡, 순위를 올리려는 ‘꼼수’ 음원들입니다. 


근데 문제는 이런 방식은 가요계 일부만에 그치는 게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즐겨 쓰는 휴대폰 애플리케이션 순위도 비슷합니다. 나아가 각종 영화 및 공연계는 갖가지 무료 초대권을 뿌리곤 합니다. 곳곳의 기업들이 마케팅 전문 부서를 둡니다. 


모르긴 해도 미디어만 틀어쥐면 다 된다는 위정자들 또한 비슷한 수법과 꼼수를 쓰고 있다 여깁니다. 그렇게 장악된 미디어 속에서 자신들의 편은 ‘선’(善)으로, 반대편들은 ‘악’(惡)으로 늘 묘사되더군요. 온라인에선 안 먹힌다 싶었는지 각종 블로거에다, 수만, 수십만 가짜 인터넷 우호 세력까지 만들어내고 있기도 합니다. 그들은 대체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것일까요. 


탐욕스러운 요즘입니다. 더더구나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할 때입니다. 

Posted by 강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