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 기자




젊은 독자분이라면 다소 생소할 수도 있을 겁니다. ‘건전 가요’라는 것 말입니다. 모든 가요 음악 앨범에는 ‘건전 가요’라는 게 반드시 들어가야 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아주 먼 이야기인 것 같지만, 사실은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여러분들이 지금도 잘 아는 가수들 상당수가 이런 시기를 살았답니다. 


록밴드 시나위가 있습니다. 얼핏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떠하십니까. 터프하고, 반항기 넘치는 밴드 아닙니까? KBS <톱밴드2>에서 보셨던 그 까칠한 신대철이 기타를 만지고, 한가락하는 서태지도 바로 이 밴드를 거쳤습니다. 시나위 역시 ‘건전 가요’란 걸 삽입했습니다. 1988년 발표한 시나위의 정규 3집에 실린 노래 ‘시장에 가면’의 가사는 이러했습니다.


‘따뜻한 웃음으로 바르게 팔고/ 오가는 인정속에 믿으며 사면….’


 

정수라 ‘아 대한민국’ 앨범 재킷




아이로니컬합니다. 그리고 생뚱맞습니다. 시장의 상도덕, 상질서를 강조하는 노래가 왜 록밴드 시나위 음반에 들어갔는지 지금에서 보면 참 괴이까지 합니다. 더군다나 시나위의 3집 음반 제목은 자유를 갈망한다는 의미의 ‘자유인’이었답니다. 


록그룹 부활의 데뷔 앨범에도 ‘시장에 가면’이란 노래는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당시 앨범을 찾아보니 <록 네버 윌 다이(록은 죽지 않는다)>라는 제법 강한 제목이 등장합니다. 


이해하기 힘드시겠지만 당시엔 ‘건전 가요’라는 노래를 싣지 않으면 음반은 출시될 수 없었답니다. 뻔히 표현의 자유가 헌법에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허락’받은 음반만이 나올 수 있었던 그런 시기가 우리에겐 있었다는 겁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생각보다 그리 멀지 않은 때의 이야기입니다. 


가수들도 죽을 맛이었을 것입니다. 이 괴리감 넘치는 ‘트랙’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까? ‘건전 가요’를 대하는 가수들의 반응은 2가지로 압축됩니다. 대충, 적당히 하고 말자는 축이 대표적입니다. ‘어허야 둥기둥기’라는 정체 모를 민요풍 노래를 싣기도 하고, 또 ‘공군가’ ‘육군가’ ‘해군가’ 등의 군가를 의미 없이 삽입하기도 합니다. 조용필 9집에는 군가 ‘진짜 사나이’가 실려 있습니다. 


도무지 허용이 안됐던 모양인지 자기식으로 맞춰보려 애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연주와 곡구성이 수준급인 신중현의 ‘아름다운 강산’이 그 경우에 해당합니다.


우스꽝스런 풍경은 우스꽝스런 결과를 만들어내곤 합니다. 의도치 않았던 정수라의 건전 가요 ‘아 대한민국’은 발표된 그해 주요 인기곡이 되어 버립니다.


‘건전 가요’가 직접적으로 ‘의무’가 된 것은 1976년 ‘공윤(공연윤리위원회)’이 발표한 ‘애국가요 권장 방안’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선정된 애국가요는 그 당시 대통령이 ‘직접’ 만들었다고 하는 ‘나의 조국’, 박목월이 작사한 ‘대통령 찬가’ 등이 있지요. 유신을 찬양하는 노래도 제법 많았던 때였습니다. 어느 노래는 ‘시월의 찬란한 유신의 새 아침이다’로 매듭되기도 했습니다. 많은 것을 빼앗고 말았으니, ‘수호’해야할 것도 거꾸로 많았을 게 분명합니다. 


1979년엔 효과를 제법 거뒀다고 생각했던 모양인지 대놓고 ‘건전 가요 음반 삽입 의무제’를 시행합니다. 예술의 영역인 음악에 모든 관제 가요곡이 하나씩 들어서는 순간입니다. 딕패밀리라는 가수는 그 즈음 ‘서생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방송 활동을 했고, 김세레나는 ‘김세나’, 패티김은 ‘김혜자’, 어니언스는 ‘양파들’이라는 이름을 쓰기를 강요당합니다. 모르긴 해도 ‘창씨개명’의 경우 역시 이와 같이 얼척이 없었을 터입니다. 


그러고보니 일본 침략기에도 관제 가요는 자주 동원됩니다. 국민개창운동, 가요정화운동 등이 ‘건전 가요’와 닿아있습니다. 


위정자들을 보면 꼭 못된 걸 먼저 배우는 듯합니다. 하기야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보면 이 같은 짓을 대놓고 강요하는 문구가 자주 등장하지요.


도무지 뭐가 건전하고, 불건전한지 모를 일입니다. 그건 또 누가 정하는 건지도 궁금합니다. 양희은에 따르면 저항가요 ‘아침이슬’은 1971년 건전가요상까지 받았던 노래라고 합니다. 그게 4년 뒤 갑작스럽게 금지곡이 됩니다. 위정자들에게 유리하면 건전하고, 그러지 않으면 불온하다고 하는 뻔한 의도를 역사는 자주 보여주어 왔습니다. 


정말 불건전한 건 이런 것일 겁니다. 시민 모두가 지켜볼 방송에 대고 ‘홍XX’라는 욕지거리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것, 나아가 그러고도 본인 입으로 사과조차 하지 않는 이런 경우 말입니다. 저도 그냥 배워서 하는 말인데요, 정말 ‘삐~’ 같은 일도 다 있다 싶습니다.

Posted by 강수진